1.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차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엄연히 다릅니다. 시장경제(Market system)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Ryan P. M. Allis의 저서 ‘The History of the Market System’에 따르면 시장경제가 창조된 중요한 사건은 신석기 시대인 B.C. 12000~10000년 경에 발생했습니다. 시장경제의 초기적 형태가 발견된 것은 B.C. 6000년 경입니다.

여기서 시장경제라 함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교환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곳 혹은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더라도 시장경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발화돼 운영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장에서의 국가 간 거래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시장의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시장은 적어도 화폐가 발명된 이래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 화폐가 발명된 곳은 기원전 8세기 리디아로 알려져있다. 시장은 존경받을 정도로 오랜 기간 존재해온 것이다. 예전의 소련과 여태껏 공산주의 중국으로 불리는 나라까지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시장은 지대한 역할을 했다.”


반면 자본주의는 근대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인류의 부산물입니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체제분석의 거장 월러스틴이 설명한 대로라면 대략 15~16세기에 출연한 근대적 경제시스템이 자본주의입니다.

마르크스가 정의하는 자본주의는 노동력의 상품화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그 모태로 합니다. 인간의 노동(노동력)을 교환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 착취(잉여생산을 위한)라는 과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련의 경제시스템이 자본주의인 것이죠.

좀더 정갈하게 표현하자면

“자본가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바탕으로 노동력 상품화와 독점적 행위를 통해 잉여(이윤)이라는 형태의 불로소득을 발생시키는 특수한 형태의 시장경제이자 사유재산제도”(PEPE)인 것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봉건사회 붕괴 뒤 유럽에서 출현한 시장경제의 한 부류인 셈이죠.

월러스틴 교수의 해석은 약간 다릅니다. 그는 그의 사상적 스승인 브로델의 정의를 일부 받아들여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독점이므로 자유경쟁을 원리로 하는 시장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즉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독점이 바로 자본주의인 것이죠.

월러스틴 교수는 기축분업으로서의 자본주의가 출현한 것은 대략 16세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의 지적 스승인 브로델은 13세기께라고 말합니다.(삼층도식으로서의 자본주의 모델)

결론적으로 시장경제는 이윤의 축적을 불가능하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백승욱 교수는 이윤의 축적은 시장경제 상부구조로서 인위적인 독점이 형성됨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시장경제의 독점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는 길어야 5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대안은 없는 것일까 대안을 채택하지 않는 것일까?

자본주의는 수없이 반복되는 경기침체의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여러 변형태를 생산해왔습니다. 한때 보정되며 자본주의의 본질이 흔들리는 ‘존재의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급주의 경제학이 생명수를 공급함으로써 자본주의는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독약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시장의 독점을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로 하여금 마침내 제대로 제 페달을 밟게 했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수요 중심의 개념입니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시장은 ‘소비자 주권’과 동일시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시장경제의 본질을 공급주의 경제학이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의 역사적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은 시장경제의 본질을 파괴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고 봅니다. 매우 위험한 도전을 감행한 셈이죠.

월러스틴 교수는 역사적 자본주의가 붕괴의 위기에 처한 3가지 징후를 자신의 저서에 쓴 적이 있습니다.

① 세계경제에 걸친 실질임금의 장기적 상승
② 비용을 제도적으로 외부로 돌리는 데서 초래된 환경의 점증적 파괴
③ 세계체제의 민주화가 야기한 교육, 보건, 평생 최저수입 국가 부담의 대폭 증가와 그로 인한 국가 재정의 위기


역사적 자본주의의 첨병이랄 수 있는 미국만 보더라도 위 3가지 징후가 진하게 나타나죠. 이러한 한계, 독점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수없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책결정자에 의해 부정됐고 외면 받았습니다.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안을 받아들이는 결단이 없어서라고 봅니다. 오히려 메카시적 접근으로 대안을 체제부정세력으로 몰아넣어 사회적으로 학살하는 잔인함도 보였죠.

3.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얘기인가?

제가 앞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건 어불성설이 됩니다. 시장경제는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한 제도이고, 자본주의 체제 국가건 사회주의 체제 국가건 간에 존재하는 인류의 행위공간이자 수단입니다. 때문에 시장경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되지요.

제가 비판을 가하고자 하는 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일시하도록 ‘보이지 않는 사고’를 키운 자본주의 기득권 집단의 교묘한 프로파간다입니다. 시장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역사를 등치시킴으로써 자본주의의 진리성, 항구성을 강조하려는 기만은 더 이상 유지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4.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위집합인 역사도 생명입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시들고 죽습니다. 자본주의 또한 역사적 용어이며 개념인 탓에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성에 대해 좀더 깊게 주지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시장경제신봉자(실제론 편향된 자본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전면 부정합니다. 자본주의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순간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봉건사회 한 복판에 살던 그 누가 봉건사회가 붕괴될 것이라고 예견했겠습니까? 하지만 역사적 체제로서 봉건사회는 붕괴했고 역사적 자본주의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지금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양극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인류에게 선사한 자본주의, 이제 그 이후의 시대를 상상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웹2.0의 철학(참여, 공유, 개방)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반대의 힌트를 얻을지도 모르겠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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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라는 사기의 역사

정치경제학강의 2007/08/12 23:44 몽양부활 혹시 여러분은 시장경제, 시장체제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경제학을 전공한 저조차도 그 유래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다른 말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현대 제도학파 경제학의 거장이셨던 갤브레이스 교수가 아니었다면 전 시장경제라는 표현의 탄생 이모저모를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최근 장상환 교수가 번역한 저서 ‘경제의 진실’에서 자본주의라는 악명 높던 이름이 시장경제라는 학구적이고 온화한 표현으로 전환된 정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그후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평판에 먹칠을 한 사건들로는, 플로리다의 부동산 투기, 기업과 산업계의 커지는 발언권, 그리고 1920년대 후반의 과열된 주식시장 등을 들 수 있다. 마침내 1929년에는 주식시장 대폭락을 시작으로 10년이란 기나긴 세우러 동안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미친 대공황이 발생했다.

자본주의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불완전한 체제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자본주의를 대체할 온화한 이름을 찾으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중략) 따라서 시장체제(Market System)라는 상당히 학구적인 표현이 나오게 되었다.“(경제의 진실, p 25)


과도하게 편향된 시장주의자들, 이른바 시장신봉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턱턱 막히는 지점이 바로 ‘시장의 해석’ 부분입니다. 시장과 인류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고, 시장은 인류가 교환(화폐를 통한)이라는 행위를 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오랜 역사성을 지닌 제도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따라서 시장경제는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강조합니다. 그게 바로 시장경제이므로 시장경제를 부정한다는 것은 문명화된 인류의 역사를 거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강변합니다. 시장경제는 부인해서도 부정할 수도 없는 진리와도 같은 지위라고 그들은 여깁니다. 그렇게 교육받아 왔으니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지요.

그때마다 솔직히 반박을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시장의 존재와 자본주의의 존재를 동일시해버리는 순간, 역사 속에 존재했던 그 어떤 경제시스템도 바로 그 역사 속에서 부정되고 말죠. 인류의 역사에 존재했던 유일한 경제시스템은 자본주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경제, 시장체제이라는 용어가 자본주의 400~500년의 긴 역사 속에서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용어에 불과하다는 걸 과연 시장 신봉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네요. 자본가들의 교묘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됐습니다. 그래서 갤브fp이스 교수가 ‘사기’라고 평했는지 모르겠네요.
Posted by 몽양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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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아름다운 웹사이트가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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